국내 당뇨병 임상시험의 현재
대한당뇨병학회 자료를 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계속 증가해왔고, 당뇨병 전단계까지 포함하면 성인 3명 중 1명가량이 혈당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처럼 환자 기반이 넓다 보니 국내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아시아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주요 거점이 되었다. 최근에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영남대병원 등에서 비만이나 과체중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연구가 승인되었고, GLP-1 계열 주사제를 포함한 다양한 후보 물질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단계에 있다.
국내 임상시험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계획서에 따라 진행되며, 시험 대상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임상시험에 참여했다가 6개월 이내에 다른 시험에 참여한 사람은 제외된다는 규정도 그중 하나다. 정부가 운영하는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trialforme.konect.or.kr)에서 현재 모집 중인 연구 목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임상시험 참여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
임상시험 참여를 막연한 모험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는 표준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보다 더 면밀한 관찰을 받는 경우가 많다. 시험 참여자는 연구 기간 동안 정기적인 혈액 검사, 당화혈색소 측정, 전문의 진료를 받게 되며, 일부 연구에서는 시험약과 관련된 검사 비용이 지원된다.
다만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이 있다. 무작위 배정, 이중 눈가림 방식으로 진행되는 연구에서는 참여자 본인도 자신이 시험약을 받는지 위약을 받는지 알 수 없다. 또 모든 임상시험이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며, 각 연구마다 나이, 체질량지수, 기존 치료 이력, 신장 기능 등 선정 기준이 다르다.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50대 당뇨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제 경험은 조금 다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진행된 GLP-1 계열 연구에 참여한 김모 씨는 "평소 다니던 병원과는 별개로 연구 기간 동안 매달 혈당 관련 검사를 받았고, 연구팀이 식습관 상담까지 해줘서 관리가 오히려 더 체계적이었다"고 말한다. 다만 그는 "위약군으로 배정될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나서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임상시험 참여 전 확인할 체크리스트
임상시험 참여를 고려한다면 다음 순서대로 확인하는 것을 권한다.
첫째,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과 각 병원 임상시험센터 웹사이트에서 현재 모집 중인 당뇨병 연구를 찾는다. 식약처 승인 목록이 공개되어 있어 연구 단계, 대상 질환, 실시 기관, 시험 기간을 비교할 수 있다.
둘째, 담당 주치의와 상담한다. 평소 복용 중인 당뇨약과 시험약의 상호작용, 시험 기간 중 기존 약을 조절해야 하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셋째, 동의서를 끝까지 읽는다. 동의서에는 시험약의 알려진 부작용, 위약 배정 가능성, 중도 포기 조건, 시험 기관과 의뢰사의 책임 범위가 상세히 적혀 있다. 이해되지 않는 문구는 시험책임자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받은 뒤 서명하는 것이 원칙이다.
넷째, 교통비나 시간 부담을 계산한다. 임상시험은 대개 여러 차례 방문을 요구하며, 지역에 따라 방문 간격이 다르다. 직장인이라면 연구 기간이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어 일정 조율이 필요하다.
주요 당뇨병 임상시험 유형 비교
| 연구 유형 | 대표적 후보 물질 | 대상자 특성 | 시험 기간 | 장점 | 유의점 |
|---|
| GLP-1 계열 주사제 | 세마글루타이드 유사체, 마리드바트 카프라글루타이드 | 비만·과체중 동반 제2형 당뇨 | 1~2년 | 체중 감량 효과, 주 1회 투여 | 위장관 부작용 가능 |
| SGLT-2 억제제 계열 | 경구용 신약 후보 | 신기능 저하가 없는 당뇨 | 6개월~1년 | 경구 복용, 심혈관 보호 | 탈수·요로감염 주의 |
| 이중 작용제(GLP-1/GLP-2) | PG-102 등 | 고도 비만 동반 당뇨 | 1년 내외 | 지속적 혈당 조절, 체중 보존 | 초기 단계 연구 다수 |
| 이 표는 연구 유형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 자료일 뿐이며, 실제 참여 가능 여부는 각 임상시험의 선정·제외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 | | | | |
지역별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
서울 지역에서는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강북삼성병원이 다수의 글로벌 당뇨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경기도는 분당서울대병원과 고려대 안산병원이, 대구·경북 지역은 영남대병원이 주요 거점으로 꼽힌다. 강원 지역에서는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각 병원의 임상시험센터(CRC)에 직접 연락해 현재 모집 중인 연구를 문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병원마다 연구 간호사가 상담을 담당하며, 전화나 이메일로 간단한 사전 문의가 가능하다. 지역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당뇨병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정보를 얻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임상시험 참여,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과 전문적인 관리가 따라온다는 점은 임상시험의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임상시험은 '치료'가 아니라 '연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험약이 반드시 기존 치료보다 효과가 좋다는 보장은 없고,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임상시험 참여를 결정하기 전에 충분한 숙의 기간을 두라고 조언한다. 가족과 상의하고, 기존 주치의의 의견을 듣고, 시험책임자에게 가능한 모든 질문을 던진 뒤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뇨병 관리의 핵심은 결국 식습관과 운동, 그리고 꾸준한 약물 치료의 균형에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임상시험은 그 균형을 보다 발전된 방식으로 찾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