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진단이 예후를 좌우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가장 대표적인 신호는 아침에 손가락이 뻣뻣하고 통증이 1시간 이상 지속되는 '조조강직'이다. 관절이 붓고 열감이 느껴지며, 양쪽 관절에 대칭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많은 환자가 단순 피로나 나이 탓으로 여기고 병원을 미루는데, 이 시기가 지나면 관절 손상이 진행돼 회복이 어려워진다.
국내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들은 관절 손상이 시작되기 전, 증상 발현 후 6개월 이내에 류마티스 전문의를 찾을 것을 권장한다. 진단은 혈액검사(류마티스 인자, 항-CCP 항체)와 X-ray를 통해 이루어지며, 초기부터 질병 조절 항류마티스 약제(DMARD)를 사용하면 관절 변형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상당수가 여러 약제를 병용한다는 사실이다. 국내 리얼월드 연구에서도 약 68%의 환자가 5가지 이상의 약물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조합은 환자의 질환 활성도와 부작용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 개인 맞춤형 처방을 받아야 한다.
약물 치료의 핵심, 꾸준함과 정기 검진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의 중심에는 항류마티스 약제가 자리한다. 메토트렉세이트 같은 DMARD가 1차 선택이며, 효과가 불충분할 경우 생물학적 제제나 표적 합성 항류마티스 약제로 전환한다. 최근에는 단독 요법으로도 관해율을 높이는 생물학적 제제가 국내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병용 약물 수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리얼월드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다만 이들 약제는 면역체계에 작용하는 만큼 간 기능, 신장 기능, 혈액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독감 예방접종이나 폐렴구균 접종을 미리 맞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약을 먹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중단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관절염은 증상이 잠잠해도 염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므로, 관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처방된 용법과 용량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운동과 일상 관리, 약만큼 중요하다
약물 치료와 병행해 운동도 필수다. 무릎이나 발에 체중이 실리는 달리기, 등산, 테니스 같은 고강도 운동은 관절에 충격을 줘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대신 고정식 자전거, 수영, 아쿠아로빅 같은 관절 부담이 적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 강화, 스트레칭을 섞어 주 34회, 하루 2060분 정도 시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체력이 약하거나 통증이 심하다면 운동 시간을 5~10분씩 나눠 하루 여러 차례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특히 한국의 많은 보건소와 지역 건강증진센터에서는 관절염 환자를 위한 체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봉구보건소를 비롯한 지자체에서는 앉아서 하는 관절염 체조, 근력 강화 운동 영상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니 가까운 보건소에 문의해 활용해보길 바란다.
한국인 식탁에서 실천하는 관절 건강 식단
식이요법 역시 관절염 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축이다. 염증을 줄이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고등어, 꽁치 같은 등푸른생선과 두부, 콩류, 견과류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채소와 과일의 항산화 성분도 관절 연골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반면 나트륨 섭취가 많은 한국 식단은 관절염 환자에게 주의가 필요하다. 국, 찌개, 김치의 염분을 줄이고, 가공식품과 튀긴 음식, 과도한 당류 섭취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중이 1kg 늘면 무릎 관절에는 약 3~4배의 하중이 실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적정 체중 유지는 퇴행성 관절염 예방과 증상 완화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지역사회 자원과 정기 검진을 활용하라
한국은 관절염 관리를 위한 공공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과 노인 건강검진 프로그램, 각 지역 보건소의 재활 운동교실, 대한류마티스학회의 환자 교육 자료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대학병원의 류마티스내과와 정형외과 관절염 클리닉은 인공관절 수술부터 생물학적 제제 처방까지 단계별로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하지만 조기에 진단해 류마티스 전문의와 함께 약물, 운동, 식이, 정기 검진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대부분의 환자가 일상생활을 크게 제약받지 않고 지낼 수 있다. 지금 손가락 마디가 붓고 아침에 뻣뻣함이 느껴진다면, 더 미루지 말고 가까운 류마티스내과를 찾아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조기 대응이 관절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